기획8월 24일 ~ 9월 13일

호르무즈에서 송유관까지 — 미·이란 확전 3주의 기록

8월 24일 '압박 국면'으로 기록을 시작한 미·이란 토픽이 유가 $100 돌파를 지나 사우디 송유관 중단과 오만 회담 연기에 이르기까지, 매일의 기록으로 재구성한 확전 경로

유가가 $100를 넘은 날, 언론은 “돌파”를 보도한다. 하지만 그 돌파는 하루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 글은 매일 아침 뉴스를 모아 토픽별로 쌓아온 기록을 바탕으로 썼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8월 24일부터 9월 13일까지 어떤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 네 단계(막)로 나눠 되짚는다. 사실에는 출처 링크를 달았고, 해석은 해설: 로 구분했다. 9월 14일 이후의 흐름은 주간 흐름에서 이어간다.

한눈에 보는 3주

날짜무슨 일이 있었나유가
8/26추가 공습 중단 시사, 이란-오만 임시 회랑 합의브렌트 $87.84 (4일 연속 하락)
8/31미국의 라라크섬 폭격, 이란의 보복WTI $90 재돌파
9/8후티, 사우디 본토 공격브렌트 $96.95
9/9확전 반경이 사우디 에너지 시설로 확대브렌트 $101
9/10후티, 홍해 도시 모카 점령WTI $100.10
9/11오만 회담 기대WTI $100.05 (반락)
9/12사우디,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9/13오만 회담 연기 발표

브렌트유는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 WTI는 미국산 원유 가격이다.

1막압박과 완화 (8/24~8/27)

처음 기록할 때는 익숙한 대치였다. 8월 24일 이 토픽을 처음 기록했을 때 상태는 “압박 국면”이었다. 미국이 제재로 압박하고 이란이 반발하는, 늘 보던 구도였다.

사흘 뒤에는 오히려 누그러지는 쪽으로 기울었다. 세 가지 신호가 함께 나왔다(Just Security).

  • 루비오 국무장관은 추가 공습을 멈추고 경제 제재에 집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주 항로의 기뢰 제거를 발표했다.
  • 이란과 오만은 배가 지나갈 임시 항로(항행 회랑)에 합의했다.

유가도 따라 내렸다. 4거래일 연속 떨어져 8월 26일 브렌트유가 $87.84까지 내려왔다(서울경제).

해설 돌이켜보면 이 완화 국면이 함정이었다. 회랑 합의로 “곧 출구가 열린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자, 위험에 대비해 유가에 얹혀 있던 몫(리스크 프리미엄)이 빠졌다. 그만큼 이후의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2막급반전 (8/31~9/3)

8월 31일, 국면이 하루 만에 뒤집혔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를 폭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이란의 정예 군사 조직)는 요르단의 미군 기지와 UAE 알 민하드 기지를 공격해 보복했다(Al Jazeera, Just Security). WTI는 다시 $90를 넘었다(Motley Fool).

이틀 사이 확전은 한 단계 더 올라갔다.

  • 미국은 이란 안의 표적 약 100개를 타격했다. “유조선에는 유조선으로(tanker for tanker)“라는 원칙을 내세워, 처음으로 이란 정부 유조선을 직접 맞히기도 했다(Axios).
  • 이란은 탄도미사일 약 25발과 드론으로 걸프 지역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NPR).

바닷길과 이란 돈의 가치가 함께 무너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는 평소 하루 2,000만 배럴 안팎이었는데, 490만 배럴로 줄었다. 이란 리알화는 달러당 220만 리알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NPR).

한국 시장도 곧바로 반응했다. 9월 2일 코스피는 3.99% 떨어진 6,562.72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산 것보다 1조 9,100억 원어치를 더 팔았다(순매도)(비즈니스코리아).

해설 유조선이 표적이 되면서 에너지 시장은 전쟁의 곁가지가 아니라 한복판이 됐다. 유가가 전쟁 소식에 따라 출렁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유를 나르는 일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3막이중 해협 (9/7~9/10)

호르무즈에 이어 홍해 쪽 해협까지 위협받기 시작했다. 두 해협이 한꺼번에 흔들린 나흘이었다.

9월 7~8일, 공격이 사우디 본토로 번졌다.

  • 9월 7일 미국이 이란 유조선 3척을 추가로 타격했다. 이란 국회의장은 “비례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CBS News).
  • 다음 날 예멘의 후티 반군(이란과 가까운 무장 세력)이 사우디 본토의 아브하 공항과 아람코 시설을 공격해 73명이 다쳤다(CBS News).
  • 호르무즈를 지나는 배는 평소 하루 130척에서 10척으로 줄었다. 브렌트유는 $96.95에 마감했다(CBS News).

9월 9일, 브렌트유가 $101를 넘어 $100선을 돌파했다(TheStreet). 이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은 (중간)선거 직후 끝날 것이고 유가도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ABC News).

9월 10일, 전선이 홍해로 넓어졌다. 이날 하루에 여러 일이 겹쳤다.

  • 후티가 예멘의 전략 도시 모카를 점령했다. 홍해 남쪽 입구인 밥엘만데브 해협을 사실상 손에 넣은 것이다(Al Jazeera).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었다(VOA).
  • 사우디의 8월 산유량은 하루 623만 8,000배럴로, 1990년 이후 가장 적었다(Investing.com).
  • WTI도 $100.10을 기록해 $100선을 넘었다(TheStreet).
  • 골드만삭스는 해운 공격이 늘면 브렌트유가 $120를 넘을 수 있다고 봤다(GlobalSecurity).

외교 쪽 길도 좁아졌다.

  •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약 20년 만에 이란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했다(AP).
  • 파키스탄은 이란에 후티를 자제시키라고 경고했다(Reuters).

4막우회로가 막혔다 (9/11~9/13)

9월 11일, 유가는 잠시 숨을 골랐다. 9월 14일 오만 살랄라에서 호르무즈 임시 통항로를 논의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라크·이란의 외무장관이 모이는 자리였다. 이 소식에 WTI가 $100.05로 9거래일 만에 내렸다(머니투데이).

의제는 8월 26일 합의한 이란-오만 회랑을 걸프 전체로 넓히는 것이었다. 이 회랑은 들어올 때는 이란 수역, 나갈 때는 오만 수역을 지나는 폭 약 11.3km의 뱃길이다. 다만 양쪽의 셈법이 달랐다. 이란은 통항을 승인할 권한과 해협 관리에 대한 영구적인 영향력을 원했고, GCC는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라는 점을 내세웠다(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그사이 더 큰 일이 벌어졌다. 드론이 사우디 동서 송유관을 타격했고, 사우디는 송유관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 송유관은 하루 700만 배럴을 보낼 수 있다. 호르무즈 통항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사우디 원유가 해협을 거치지 않고 홍해 쪽으로 나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었다(ts2.tech, Al Jazeera). 드론이 이라크 쪽에서 날아왔다는 보도가 있지만, 스스로 배후라고 밝힌 세력은 없다. 공격 주체를 두고도 친이란 이라크 민병대라는 보도와 후티라는 보도가 엇갈려 배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회담은 열리지도 못했다. 9월 13일 밤 오만 외무장관이 회담 연기를 발표했고, 이란도 공동 결정이라고 확인했다. 이란이 배마다 통항을 승인할 권한을 고수했고, 통항료를 어떻게 받을지도 합의되지 않았다. 새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해설 송유관이 멈추면서 사우디 원유가 호르무즈를 피해 나갈 길이 막혔다. 그 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한 외교 창구였던 오만 회담까지 미뤄졌다. 공급을 되살릴 물리적인 길과 외교의 길이 같은 주말에 함께 닫힌 채로 새 주를 맞은 것이다.

유가가 금리와 증시로 번진 경로

유가 $100는 끝이 아니라 다른 흐름의 출발점이었다. 충격은 세 갈래로 번졌다.

금리. 9월 10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루에 11bp(0.11%p) 넘게 올라 4.95%대가 됐다.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TheStreet, CNBC). 10년물 금리는 미국 정부가 10년 동안 돈을 빌리는 값으로, 장기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미국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1년여 만에 7%를 넘어 7.07%가 됐다(Yahoo Finance).

물가. 9월 11일 발표된 미국 8월 소비자물가(CPI)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오른 몫의 3분의 1 이상이 휘발유(+3.9%)였다. 유가 충격이 소비자물가로 옮겨갔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한 첫 지표였다. 반면 가격 변동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근원 물가는 2.4%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한국경제, 이데일리).

한국 증시. 코스피는 9월 11일 7,000선을 내주며 6,909.91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산 것보다 2조 3,040억 원어치를 더 팔았다(순매도)(한국면세뉴스, 비즈니스코리아).

해설 유가 충격은 소비자물가보다 금리와 주식시장에서 먼저, 더 크게 나타났다. 근원 물가는 오히려 낮아졌는데도 장기 금리는 CPI 발표 전날 이미 2023년 이후 최고로 올랐고,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았다. 물가 지표가 확인해 주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유가를 가격에 반영한 셈이다.